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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않게 된 이후로, 오늘이 며칠 째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였 덧글 0 | 조회 74 | 2021-04-14 14:13:56
서동연  
잠을 않게 된 이후로, 오늘이 며칠 째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처음 잠을 못한 날이 그러니까, 지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로 꼭 열 이레가 된다. 나는 열 이레 동안 한 잠도 않았다. 열 일곱 전의 낮과 열 일곱 번의 밤. 아주 긴 시간이다. 잠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잘 기억해낼 수가 없다. 나는 눈을 감아 보았다. 그리고는 잠의 감각을 되새겨보려 하였다. 하지만 거기에는 깨어 있는 어둠이 존재할 뿐이었다. 깨어 있는 어둠그것은 내게 죽음을 상기시켰다. 만일 이대로 내가 죽는다면,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던가, 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 인생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내가 알 리가 없다. 그럼,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나는 그때까지, 잠을 일종의 죽음의 원형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즉 나는 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써, 죽음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란 요컨대, 보통 대보다 훨씬 깊은, 의식이 없는 잠영원한 휴식, 블랙 아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문득 생각하였다. 죽음이란, 잠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이 아닐까그것은 어쩌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끝이 없고 깊은 깨어 있는 어둠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그런 암흑 속에서 영원히 각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너무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죽음이란 상황이 휴식이 아니라면, 우리들의 이 피폐로 가득한 불완전한 생에 대체 어떤 구원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결국은, 아무도 죽음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누가 죽음을 실제로 보았는가? 아무도 못했다. 죽음을 본 사람은 이미 죽어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추측이든, 그것은 그저 추측에 불과하다. 죽음은 마땅히 휴식이어야 한다는 이치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죽어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그 어떤 것일 수도
나는 아주 피곤해졌다. 아주 얄팍하다. 사촌 여동생한테 결혼식에 못 간다는 답장을 써야 할 텐데,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 때문에 사정이 있어 도저히 참석할 수가 없습니다. 유감스럽군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라고. 텔레비전 속의 두 사람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이, 부지런히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 그들은 한 시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기계를 완성시킬 때까지 그들이 해야만 하는 작업은 무한한 모양이다. 한 가지 작업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그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반듯한 공정표와 도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숙지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들의 그런 나무랄데없는 일솜씨를 요령 있게 따라다니고 있었다. 알기 쉽고 적확한 카메라 워크였다. 설득력 있는 화면이었다. 아마 다른 TV 피플이(제 삼의 혹은 제 사의)카메라와 컨트롤 판넬 작업을 맡고 있는 것이리라. 신기한 일이다. TV 피플들의 그런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일솜씨를 지긋이 보고 있는 동안, 나한테도 그것이 조금씩 비행기으로 보여졌다. 적어도 비행기여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든, 그런 일 따위 별 상관이 없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저만큼 정밀한 작업을 저렇게 훌륭하게 해내고 있으니, 그것은 틀림없이 비행기일 것이다. 설사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들에게 그것은 비행기인 것이다. 정말 이 남자가 하는 말 대로다. 비행기가 아니라면, 대체 뭐지?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내 손바닥은 여느 때와 비교해 약간 줄어든 듯 보였다. 아주 조금. 그렇게 생각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근감의 균형이 아주 조금 일그러진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내 손바닥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잠깐 기다려 봐. 나는 발언을 하고 싶다. 나는 무슨 말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점점 줄어들어, 돌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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