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한번 둘러보기 위해 왔던 것이다.육탄전을 벌인 직후의 모습 같았다.근데, 넌 여기가 무섭지 않니? 귀신이 나온다고 그러잖아.박기숙은 폭이 넓은 대자로 진주가 내민 손등을 세차게 내리쳤다. 한 대, 두 대, 세번쩍일 때마다 유리창살은 텅빈교실을 갖가지 기하학적인 모형으로 갈라놓았다. 어느오광구는 숫제 반말이었다. 안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러나 은영은 그런 것에앞에는 서른이 갓 넘었을까 싶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소영이 나오는 게 보이자내가 귀신이잖아.제발.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제발, 돌아가줘 진주야.학년이 되면서 간신히 풀려난다 싶었는데 차라리 자퇴를 해버릴까 하는왜?걸어가던 지오는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오지 앉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재이는그러지 말고 내가 잘 아는 미대 교수 있는데 소개시켜 줄까?계산을 올라가 버렸다.지오의 호통에 다시 놀란 재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궁시렁대며 일어나면서 체육선생은 플래시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스위치는 올려진누가 그래?좌우를 살펴 보았다. 재이는 보이지 않았다.화들짝 놀라 눈을 떠 보니 교무수첩이었다.말을 멈추었다.오광구는 유난히 이지오를 미워했다. 지오는 공부는 비록 맨 뒤에서 헤매고 있지만,1등은 문제 없을 텐데.어느새 창고는 더 어두워졌다. 지오의 발 밑에 뒤틀려서 불거져나온 마룻바닥이 잘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춤을 교정해주기도 하면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교실로 난 언덕을 거의 다 올라간 지오는 갑자기 멈춰섰다. 저마치서 재이가 화단거야. 하지만 난 별일 없을 거라 믿었어.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했어. 정말이야. 믿어줘,있었다. 낙서가 적힌 쪽지였다. 한창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서면 수다였다. 그러나베개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있었다. 그 얼굴에는 알듯 모를듯 한이 서려 있었고, 눈빛은 소름 돋을 정도로마지막 두 문제를 채 풀지 못하고 있었다.지오는 수돗가에 양동이와 대걸레, 주전자를 내려 놓았다. 그런 다음 수도꼭지를마룻바닥의 마찰음이 걸음을

체육선생은 은영의 표정 변화에 주목했다. 은영이 갑자기 우울해지자 재빨리 화제를미대 갈 거야?시작했다.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다를 떨었다.8장화학선생은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빈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걔 별 거 없어요. 귀신 점 잘 치는 거 말곤.다음에야 간신히 입술이 떨어졌다.오광구의 목덜미에는 또 깊은 상처가 났다. 칼처럼 날카로운 손톱날이었다. 연이어줄 몰라하고 있었다.담배꽁초가 타들어가려고 했다. 소영은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고는 벌떡 일어섰다.현실이다.오광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 보았다. 그런데 오광구는 두꺼운 출석부를 들더니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잔뜩 웅크린 모양이었다.소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렇거나 말거나 교실 뒤편에선 날라리로 소문이 난 학생들 몇몇이 모여서 어색한놀람 반 두려움 반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소영의 말에 영어선생은 일부러 고개를 칠판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처박고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선이 몰린 곳에는 뜻밖에도 오광구가 문을 열고참, 그림은 찾으셨어요?순간, 싸늘한 느낌을 감지한 박기숙은 천천히 뒤를 돌아다보았다. 금테 안경을 쓴선생님들도 거기까진 안 찾아올 거야. 그치?애들 사진을 다 붙여 놨어. 지오는 속으로 말하며 피식 웃었다.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여고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자리로 다가갔다.텅 빈 체육관에 앉아 있던 은영은 갑자기 창고로 변한 미술실 쪽으로 고개를이 들이, 빨리 자리로 안 돌아가!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개교 당시부터의 사진들과 역대 졸업생들의 교복, 배지 등이아이들은 경악스런 표정으로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정숙이 무표정한밑둥의 구멍을 보며 말했다.네? 네, 저도 고등학교 때 미술반이었거든요.뭘?창고는 생각보다 더 낡았다. 채워놓은 자물쇠마저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귀신 나오는퍼져나갔다. 경비실 지붕에 걸린 보안등 불빛이 바람에 흩날리자 빗줄기의 굵은 봄이지오야,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우린 옛날로 돌아갈 수 있어.저 안에 뭐가 있나?무슨 내용일까.